[한경에세이] 가요무대

입력 2017-09-19 19:25  

김해숙 < 국립국악원장 hskim12@korea.kr >


매주 월요일 저녁 필자의 남편은 KBS 가요무대를 꼭 시청한다. 1주일 중 가장 즐거워하는 시간 같아 보인다. 텔레비전이 한 대인지라 초기에 이 시간이면 슬그머니 먼저 안방으로 건너갔다. 필자가 즐기는 노래 방식과 많이 달랐기 때문에.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그 모습을 관찰하기 시작했다.

20세기 초 대중가요의 역사를 쭉 훑는 레퍼토리로 구성하기도 하고, 가끔은 국악 전공자가 나와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, 외국에서 보내온 고국을 그리는 사연도 절절하고, 가장 숨길 수 없는 것은 텔레비전에 비친 방청객의 얼굴이다. 따라 부르면서 그 순간을 만끽하며 행복해하는 표정들은 바로 국민가요로 하나 되는 모습이라는 생각이었다.

초기의 가요는 일제강점기 및 우리 근현대 역사의 변화와 오버랩되는 부분이 많았고, 우리 전통예술 노래와 음악적 공통성도 많았다. 특히 5음계로 진행되는 선율과 부분적 창법 구조를 갖춘 현존 민요로 남은 노래들이 바로 전통사회에서 민중의 노래였으니까 그 사회적 기능은 크게 다르지 않을 터다.

불과 몇십 년 만에 노래를 부르는 방식이 이토록 급변하는 것을 보면, 대한민국 사람들의 문화적 열정에 놀라게 된다. 한국 사람들은 나라 안에서 유명해진 것보다는 외국 가서, 또는 외국인이 감탄했다고 하는 데 더 큰 감동에 젖는 습성이 있다.

아마도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에 기인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인데, 땅덩어리가 그리 크지 않고 서로 붙어 있는 유럽은 옆 나라로 옮겨 다니기가 매우 수월했을 터이고 그 덕에 이웃 나라와의 예술적 교류가 활발해질 수도 있었을 테다.

그런데 동쪽 끝에 작게 매달린 삼면이 바다인 한국은 외래 문물이 들어오는 데 시간이 걸렸고 또 한 번 들어온 것은 좀처럼 밖으로 잘 나가지도 않았다(세계 3대 종교를 모두 섭렵한 역사가 이를 잘 보여준다. 종교는 곧 문화적 양상의 압축이니까). 그래서일까. 선망의 눈초리에서 내 것과 남을 비교하는 습성이 외래문화의 빠른 학습효과를 가져오게 된 것은 아닌지. 오늘날은 물론 전혀 다른 조건이지만.

우리 창법은 우리말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갈고닦여왔다. 예술은 세월을 견디고 서 있는 나무와 달리 숨 쉬는 공기처럼 그 시대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류하고 공감하는 것이 마땅하다.

흘러간 가요 속에서 많은 사람이 진정한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면, 전통을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이 지향해야 할 예술 방향과 과제에 대한 고민은 더 깊어질 것이다. 예술의 왕도는 과연 무엇일까.

김해숙 < 국립국악원장 hskim12@korea.kr >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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